Shin Kyong-suk: Oettanbang (Das Zimmer im Abseits)

외딴방

여성 작가 신경숙의 자전적 장편소설로서 제1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이다. 열여섯에서 스물살까지 배경으로 한 외로운 영혼의 진지한 행로를 따뜻하게 포용하고 있는 이 소설은 감동적인 노동소설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인 '나'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현재 시점에서 스산했던 소녀시절의 일들을 하나하나 기억의 우물에서 길어올리는 메타 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존의 신경숙 문학세계가 유년시절을 배경으로 산업화과정 속에서 허물어져 가는 농촌 공동체의 따뜻함과 넉넉함을 그렸다면, 이 소설은 작가가 그간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유년과 성년 사이의 공백기간, 즉 열여섯에서 스무 살까지의 그 시간 속으로 독자를 안내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신경숙문학의 또 다른 시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기둥 줄거리는 중농의 농촌 공동체의 따뜻한 온기 속에서 성장했던 내가 도시로 올라와 낮에는 전자업체의 공원으로, 밤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의 학생으로 생활하며 겪게 되는 일과 내면의 갈등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진한 체험이 배어 있어 가을 산 속 웅덩이에 떨어져 홀로 뱅그르 돌고 있는 단풍잎처럼 처연하면서, 그 내면의 섬세함이 무엇보다 아름답게 다가온다. 제목 「외딴 방」은 사람답게 사는 마을에 섞이지 못하고 외따로 떨어진 도심 언저리의 낮고 작은 보잘것없는 방이면서, 한편으로는 상처 많은 소녀시절의 작가의 내면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