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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zählu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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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읽는 당신이 슬퍼하기를 바란다. 뒤뜰을 가꾸는 서인의 뒷모습을, 캥거루를 타이어 레버로 내리치는 진우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지나가버린 사랑을 온 힘을다해 움켜쥐고 있는 이들을 안쓰럽게 여겨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언젠가는 사랑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해주기를 바란다.I hope you feel grieved while reading the story. Even after you finish reading, I hope, you will never stop gazing after So-in tending the backyard or Jin-wu striking the kangaroo down with the tire lever. I hope you can be sympathetic towards the couple who are clutching with all their might at their love that is no more. I wish to hear you say: By not giving up on love, we may be able to come across it someday.- 창작노트 중에서 From Writer’s Note하나의 시간이 끝났음을 선고하는 일은 단순히 미래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흘러간 시간이 되어버렸을 때 그것은 추체험되기 시작한다. 이 서늘한 종언의 서사는 ‘지나가버린 미래’일지라도 그것에 대한 동경이 쉬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 ‘더 이상미래 없음’의 시점에서도 그 이후에 대한 어렴풋한 기대가 지금 어떤 관계를 완전히 끝장내지 못함을, 미래로 향하는 삶의 불확실성이란 그런 식으로 삶을 지속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조금씩 알아간다.Pronouncing the end of a time does not simply mean the failure to have the anticipated future arrive. Once something passes into the bygone times, it then begins to be re-experienced in one way or another. The terrible pronouncement of death paradoxically alludes to the fact that the aspiration for the future is hard to die even after it becomes the ‘bygone future.’ And now, at this moment of ‘no more future,’ some expectation for the ‘thereafter,’ faint as it may be, holds one back from ending the present relationship once and for all. Thus, we learn little by little that is the way the uncertainty of the future has us carry on with our lives.- 선우은실(문학평론가) Sunwoo Eunsil(Literary Critic) Contents: 골드러시 Gold Rush창작노트 Writer’s Note해설 Commentary비평의 목소리 Critical Acclaim
『해피투게더』는 저자 서장원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K-픽션 스물여덟 번째 작품. 부조리한 세계의 불안과 공포를 집요하게 그려내는 편혜영 소설가의 의 작품 『홀리데이 홈』을 한영 대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영문 번역은 편혜영의 대표작이자 셜리잭슨상 수상작인 『홀』을 번역한 김소라 번역가가 맡았다. 『홀리데이 홈』은 군인이었던 이진수가 군대 내 납품단가 조작 사건에 가담한 책임을 홀로 떠안은 후 전역한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후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진수에게 삶의 무대는 바뀌었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들이 아내 장소령에게도 포착된다. 부동산에 내놓은 집을 보러온 박민우가 이진수를 기억하며 술 취해 던지는 말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 듯 불안을 증폭시킨다. 군대에 있었을 때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인가가 있었음에 분명하지만 그 장면은 분명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이진수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고 그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중요한 것은 이진수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와 무관하게 소설이 견고한 형식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이진수가 저지른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 자체”라고 말한다. 이 부조리한 세계는 인간들에게 내용이 아닌 형식에 복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그 세계가 집약되어 있는 군대에서의 삶을 완벽하게 체득하여 “권위와 위계”를 칭찬으로 여길 뿐인 이진수에게는 딜레마가 없다. 딜레마는 이 모든 것을 그의 아내 장소령의 시선으로 볼 때만 감지된다. 그러한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것의 섬뜩함, 자신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K-픽션 서른두 번째 작품. 2022년 심훈문학대상 수상작인 정한아 작가의 소설 <지난밤 내 꿈에>가 한영대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영문 번역은 스텔라 김 번역가가 맡았다. 정한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질병과 돈, 그리고 은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은 한센병력이 있는 외할머니에서부터 이어지는 3대 모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외할머니는 화자의 엄마를 버린 적이 있고 그 때문에 모녀의 관계는 냉랭하기만 하다.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외할머니를 찾아갔을 때도 환대는커녕 모진 말을 듣고 상처를 받는다. 도무지 화해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세 사람이지만 외할머니가 받게 된 보상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지닌 삶의 무게를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이 작품은 2022년 발표되어 여러 문학상 후보로 언급되었으며 심훈문학대상으로 선정되었다.
K-픽션 서른 한 번째 작품. 2021년 심훈문학대상 수상작인 장강명 작가의 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한역대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에이전트’라는 스마트 기기가 상용화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에이전트’는 소설의 제목과 같이 이용자가 바라는 대로 현실을 순화하거나 미화하여, 또 완전히 왜곡하여 그가 ‘보고 싶어하는 세상’만을 전달하는 기기이다. 에이전트를 착용한 채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진짜’로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야기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제기하며 소설은 진행된다. 소설 속 교묘하게 설정된 여러 요소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가짜 뉴스에 현혹되어 그것을 진짜인 것처럼 믿고 살아가며 그 믿음에 근거해 음모론을 펼치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저마다의 세계만이 옳고 다른 모든 주장은 폐기해야 할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 왜 사람들은 허구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일까. 우리는 진짜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확신할 수 있을까. “리얼리티는 단 한 명의 사람의 눈으로 보는, 단일한 세상이 아니라, 여러 세상들 사이의 치열한 소통 과정에서 출현하는 동적인 사태일 것이다. 타인의 우주가 탄생할 때 나의 우주도 함께 탄생한다.”(노대원 문학평론가)전 세계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한국문학, K-픽션〈K-픽션〉은 최근에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하여 한영대역으로 소개하는 시리즈로, 한국문학의 생생한 현장을 국내외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기획되었다. 매 계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책 속으로 내가 받아들이기 편하게 수정해도 되는 현실의 경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그런 힘이 생겼을 때 내가 얼마나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중요한 윤리적 고민인데 그 기계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기업들은 그에 대해 물론 아무 생각이 없을 테다. 이것이 오늘날 현대 세계가 처한 상황이다.I didn’t know where the bounds of such a reality, revised to my comfort and liking, would be, nor did I know how much control I would be able to exert if I had that sort of power. This is an important ethical concern, but of course the companies that create and market such technology would give no thought to this at all. This is the situation we are facing in the modern world today.창작노트 중에서 From Writer’s Note『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작가가 걸어온 두 길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다. 즉, 언론인 출신으로서 사회 변화를 포착하는 탁월한 감각, SF 소설가로서 미래 기술의 가능성과 그 한계를 서사화하는 재능 모두가 발휘된 단편소설이다. 특별히, 이 소설은 ‘에이전트’라는 미래의 도구에서 사회와 기술의 접점이 발견된다.“The World You Want to See” is located at the point the writer’s these two paths meet. In this story, both Chang’s excellent sensibility as a former journalist in capturing social change as well as his talent as a sci-fi writer for narrativizing the possibilities and limits of futuristic technology are on full display. In the futuristic “Agents,” especially, we can see where society and technology come together.해설 중에서 From Commentary Contents: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The World You Want to See창작노트 Writer's Note해설 Commentary비평의 목소리 Critical Acclaim
신선한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젊은 작가 단편작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최근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한 은 한국 문학의 생생한 현장을 국내외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기획되었다. 오늘의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개성 넘치는 신진 작가들의 최신작으로 이어지는 은 우리 문학의 가장 핫한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박형서 작가의 「아르판」(Arpan)이다.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이 오롯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태국과 미얀마 접경 고산 지대에 사는 아르판이라는 한 사나이와 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본과 사본을 가르는 경계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예술, 문학의 본질에 대해 되묻고 있는 수작이다.
최근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한 K-픽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은 손보미 작가의 「애드벌룬」(Hot Air Balloon)이다. 타인의 상처와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어떻게 우리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남의 슬픔을 잘 이해하고 자신을 제어할 줄 안다.” 파토스를 모조리 철수시키겠다는 듯 담담하고 건조하게 기술되는 그녀의 문장에서 독자들은 철필로 꾹꾹 눌러쓴 타자의 일대기들을 조심스럽게 발음하는 법을 배운다. 타인의 상처와 죽음이 어떠한 형식의 이야기로 출현되어야 하는가를, 그리하여 산 자들이 그러한 죽음들과 어떤 형식으로 ‘공-존재’하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다.
신선한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젊은 작가 단편작 시리즈 'K-픽션'.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은 오한기 작가의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My Clint Eastwood)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불리는 ‘황야의 무법자’의 그 멋진 건맨이자 일련의 작가주의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감독이다. 보수적 정의감과 마초적 강인함을 대표하는 그가 고전적 서사를 고집하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나’의 펜션에 볼품없는 허풍쟁이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서부극에서 연출된 ‘영웅’과 그의 실제 삶의 이력이 겹쳐지고 있는 지점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소설이다.
신선한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젊은 작가 단편작 시리즈 'K-픽션' 11권. 시리즈는 세계 문학으로 가는 ‘직행열차’가 되려고 한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성취로 기록될 젊은 작가의 최근작을 엄선하여 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통해 매 계절마다 국내외에 널리 소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작업을 지속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중부의 소도시로 입양된 알렉스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알렉스는 지나간 사람들과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린다. 알렉스도,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는 당신도 각자의 사연과 곡절을 안고서 ‘올드 맨 리버’를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차가운 듯 따뜻한, 이장욱 작가 특유의 문장이 인생의 비밀을 살며시 드러낸다.
K-픽션 시리즈 7권. 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원, 코리아타임즈 현대문학번역상 수상 번역가 등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에 참여한 바 있는 여러 명의 한국문학 번역 전문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번역의 질적 차원을 더욱 높이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번역은 제2의 창작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한 나라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작품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해외 영어권 독자들이 읽을 때에 유려하게 번역된 글을 읽을 수 있게 하여 작품에 대한 감동을 그대로 전하였다. 영어 번역에는 하버드 한국학 연구원 등 세계 각국의 한국 문학 전문 번역진들이 참여하였으며, 번역과 감수, 그리고 원 번역자의 최종 검토에 이르는 꼼꼼한 검수 작업을 통해 영어 번역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는 적의 존재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착한 사람들’의 무력하고 불쌍한 싸움을 이기호 특유의 ‘딴청’으로 은은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작가가 「창작노트」를 통해 ‘정신’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산문’이 오며 ‘정신’은 ‘적’을 냉철하게 분간하는 능력이라고 주장한 바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욱 다채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
멍청아!-세상에, 나름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 생각했는데.시리가 진심으로 섭섭한 듯 말했다. 다시 기회를 주겠단 식으로 시리에게 내 고통에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시리는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늘 그러듯 ‘제가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당신도 영혼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정말 좋은 질문’이라고, “그런데 전에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라고 딴청을 부렸다. 자꾸만 매끄럽게 도망가는 모양이 못마땅해 나는 그즈음 가장 절박했던 질문을 던졌다.-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시리가 되물었다.-84p작년(2014) 봄 이후,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어렵게 해나간 걸로 안다. 동시대 시인과 소설과, 비평가가 말이 무너진 자리에서 가까스로 말의 의미와 쓸모를 찾아 나섰고, 그렇게 몇 마디를 떼는 데 몇 개절이 걸렸다. 그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들의 글을 열심히 찾아 읽으며 어느 순간 내가 동료들의 말에 기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함께 어떤 시대를 건너고 있는지 배웠다. (중략) ‘죽음’을 넘어서는 말은 될 수 없을지라도, 그 불가능 앞에서 묵묵히 예의를 지키는 말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104p (창작노트 중에서)김애란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인상적이고 간결한 묘사를 통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확연하게 불러일으키는 천재를 지닌 작가이다. 그러한 재능은 야광 팬티를 입은 채 달리기를 하는 아버지를 그리는 경우에도, 혹은 빚에 짓눌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가는 우리 시대 청춘의 모습을 그리는 경우에도, 예외 없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는 한다.
K-픽션 15권. 김민정 소설. 김민정은 2012년 제4회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2013년 문학 분야 차세대 예술 인력으로 선정된 바 있는, 실력이 입증된 신인 소설가이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 단행본으로 '문학 패러다임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탄탄한 반어적 구조 위에서 문학이 자본의 논리에 휩쓸릴 수도 없으며, 휩쓸려서도 안 됨을 뜨겁게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정적이면서도 묘한 울림을 주는 문체로 문학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가 김금희의 '체스의 모든 것'이 열여섯 번째 K-픽션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체스의 모든 것'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나, 노아, 국화의 관계를 통해, 인생의 불행과 자신의 실존에 대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한때는 저항의 아이콘이자 '이기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몇 번의 패배를 겪고 기성세대로 향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는 익숙하고 일상적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일상 속의 첨예한 감성을 기민하게 낚아 올리고 있다. '창작노트'에서 김금희는 "이 소설이 독해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몽환적인 구어체의 문장들로 집필 과정을 소개한다. 차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만, 모두가 그런 마음을 누르며 살아가고 있는 일련의 불행들이 체스판을 갈팡질팡 가로지르는 문장들 사이사이에서 고개를 든다. 이를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며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 김금희의 작가적 태도이다. 하지만 그 불행을 포착하는 데서 소설은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킹이 체스판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과 체크메이트 상황에서 합의나 항복을 통해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이 소재를 가져왔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K-픽션 19권. 구병모 소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기존 청소년 소설의 범주를 넘어서며 주목받은 구병모는, 이후 장편소설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등을 발표하며 흥미로운 서사를 펼쳐보였다.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지속적으로 신간을 선보이며 꾸준한 판매 지수를 유지하던 한 작가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신작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게 된 후, 논란에 대처하는 출판사와 작가의 면모를 추적한다. 소설가 P씨는 1년에 평균 1권꼴로 6년째 소설을 출간했다. 꾸준한 판매 지수를 유지해 온 P씨의 책들이 케이블드라마와 영화, 웹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P씨는 웹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다. 화자는, 그 무렵의 논란에 대해 P씨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런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의 일상을 그의 토막글과 사진만으로 어디까지 파악할 수 있을지, 하는 호기심으로 P씨의 계정을 처음 팔로우하게 된다. 작가가 휩싸인 논란은 사회파 스릴러로 분류할 수 있는 그의 신작에 대한 윤리적 비난으로, 소설가의 사회적 타자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P씨의 편협함과 낡은 세계관에 독자들은 경악한다. 작가 P씨를 둘러싼 논란은, 논란이 일고 논란의 당사자가 진정성을 담은 해명에 '뒤늦게' 나서지만 사태가 진정되기보다 악화되고, 비웃음과 맹비난이 거셌다가 관심이 식어버리는 과정 속에서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마는데
K-픽션 스무 번째 작품. 권여선 소설. 소설가 권여선은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등단했으며,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어쩌면 비루할 수도 있는 우리네 인생들을 소설에서 아름답게 되살리며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모르는 영역>에서는 잠시 우리를 뒤흔들고 작은 파문을 남긴 채 사라져가는 일상 속 순간들을 그렸다. 주인공 명덕은 새벽에 공을 치고 혼자 클럽에서 빠져나와 다영에게 전화를 건다. 다영은 도자비엔날레 때문에 여주에 있었다. 초승달 모양의 낮달이 하늘에 떠 있고, 낮술의 취기와 봄날의 나른함이 겹쳐 선잠에 들었다 깨어난 명덕은 다영을 보기 위해 여주로 향한다. 다영은 기행 다큐를 찍는 일행과 식당에 먼저 도착해 있었고, 명덕은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이후, 봄날의 1박 2일 동안 명덕과 다영을 둘러싼 '낮달' 같은 시간들이 소설 속에 담긴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소설은 아내의 죽음 후 더 소원해진 부녀의 관계를 짧은 봄날의 시간 안에서 보여주면서 '이해와 오해' 혹은 '근본적 무지(無知)'의 영역에 얽힌 인간사의 오랜 이야기 속으로 합류하는데, 여기서 문제는 그 영역 속으로 한발 한발 진입하는 권여선 소설의 예민한 촉수와 리듬, 문체의 미묘한 힘이 아닌가 한다."라며 이 소설을 극찬했다.
‘가부장’이 없는 가정, 아버지가 사라진 가족들의 이야기 전형적인 가부장적 요소의 가족을 보여주면서, 그로부터 탈피해나가는 과정을 유려하게 다뤘다. ‘4인 가족’으로 명명되는 정상 가족 신화를 깨트리려 하면서도, 그것을 아예 해체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여전히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가지는 가치를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K-픽션 스물여섯 번째 작품, 정지아의 <검은 방>. 언제나 과거와 현재의 그늘을 직조하며 그 속에서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선보이곤 하는 정지아 작가는 이번 K-픽션 <검은 방>을 통해 삶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다시금 독자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검은 방>의 주인공은 아흔아홉 살의 노파로, 남편과 지리산에 입산하여 남부군으로 싸우다 가족과 친구들을 잃고 옥살이를 한다.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도 노파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으나 마흔둘에 생긴 딸아이를 '현재'이자 자신이 지켜야 할 '등불'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렇게 아흔아홉 해를 살아온 노파는, 삶의 마지막 자락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고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회상에 들어간다. 정은경 문학평론가는 <검은 방>은 30년 전부터 시작된 정지아 작가의 '긴 전투'라고 명명한다. <검은 방>은 빨치산 경력을 지닌 노모와 딸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지만, 정지아 작가는 이런 거울과 같은 서사를 통해 '눈송이' 같은 경쾌한 삶의 태도를 시적인 감각으로 변형시켜 놓았다고 평했다.
신선한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젊은 작가 단편작 시리즈 'K-픽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박민규 작가의 <버핏과의 저녁 식사>(Dinner with Buffett)이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이자 미국의 5대 갑부인 워런 버핏이 매년 개최하는 오찬 이벤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버핏과 함께 오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는 경매에 부쳐지는데, 경매 최고가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기록하며 많은 지원자들이 몰린다. 이번 경매의 낙찰자는 172만 달러를 기부한 한국의 28세 청년 안(Ahn). 한국의 젊은 청년 안(Ahn)과 버핏 사이의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 작가는 불가항력적인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은 그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를 그리며 태연하면서도 신랄하게 자본주의의 중심을 파고들고 있다.
신선한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젊은 작가 단편작 시리즈 'K-픽션' 7권. 'K-픽션'은 현대 사회의 변화의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소설에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고, 특유의 발랄함과 새로움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된 현실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의 치열한 노력들이 배어있다. 72살의 할머니 ‘나’는 올드타운에서 산책을 다니고 노인복지센터에서 마련해준 일을 소일거리 삼아 유유자적 살아왔으나, 복직해야 하는 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6개월 된 아기를 맡게 된다. 행복한 고역에 지쳐가던 ‘나’는 어느 날 놀이터에서 ‘대니’를 만난다. 스물네 살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한 돌보미형 로봇인 대니는 ‘나’를 처음 본 순간 “아름다워”라는 말을 건네는데….
열여덟 번째 'K-픽션'으로 출간되는 작품은 소설가 최은영의 <그 여름>이다.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한 소설가 최은영은 특유의 순하고 담백한 문체로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2016년 7월 출간된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그해 말 교보문고 소설 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진행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은영의 최신작이자 'K-픽션' 열여덟 번째 작품인 <그 여름>은 열여덟 살의 두 소녀가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감정에 흔들리는 한때의 여름, 그들이 겪는 일상의 작은 균열들을, 맑고 투명한 수채화 같은 풍경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소설 속 두 소녀 '이경'과 '수이'는 흔치 않은 사랑을 나누며 타인의 시선을 조심해야 했던 시기를 지나 점점 두려워하던 시선과 자신에 대한 판단에 예전만큼 겁내지 않기 시작한다. 스무 살이 된 그녀들은 서울로 이주해 한 명은 대학에 입학, 다른 한 명은 직업학교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운다. 각자에게 서로 다른 활동 반경이 생겨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즐거움과 사소한 오해들, 그 속에서 둘 사이의 감정의 변화가 밀려온다.
따스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삶을 그려온 작가 정한아의 새 단편이 2017년 2월, 열일곱 번째 'K-픽션'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할로윈'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보듬는 일을 하는 점성술사이자 타로카드 마스터인 신비로운 한 여인과의 만남으로,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다시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이 타인의 아픔과 사연을 헤아리기 시작하면서, 함께 고통의 유대로 나아가는 모습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과 이별이라는 커다란 상실 후에도 아픔을 안은 채로 다시 일어나 시작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인간의 숙명과 삶에 대한 긍정을 일깨운다.
K-픽션 스물네 번째 작품. 백영옥은 단편소설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다양한 소설과 산문들을 통해 현 시대의 '연애들'을 대변하며 독자들에게 자리매김한 작가다. 백영옥은 <연애의 감정학>을 통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로 연결되어 헤어져도 헤어질 수 없는 초연결 사회의 연인들에 대해 고찰한다. 태희는 애인인 종수와 헤어진 후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하고, 일본어 공부를 하고 사내 스터디모임에 가입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하지만 태희의 바쁜 일상 가운데 어김없이 치고 들어오는 종수의 소식들과 더불어, 종수의 SNS를 통해 그의 근황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태희의 욕망이 충돌하고 그 사이에서 태희는 고민과 갈등을 반복한다. 안서현 문학평론가는 <연애의 감정학>의 해설에서, 백영옥 작가가 그려내는 이 이야기는 이 시대의 사랑과 풍속은 물론, '삶'을 일깨우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영원한 본질도 짚고 있다고 평한다. '전 남자친구 증후군'이라는 해석의 병에 걸린 태희가 그를 털고 일어나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차분히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때 마주하는 사랑의 해석, 그것이 '감정학'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평한다.
2019년 4월, K-픽션 스물다섯 번째 작품으로 우다영의 <창모>가 출간되었다. 우다영은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창모'는 다수의 사람들이 기피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요주의 인물이다. 창모는 학창 시절에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상식적으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창모의 친구인 '나'는, 그런 창모에 대해 별다른 감정 없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찰하는 일상을 보낸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창모>의 해설에서, 우다영 작가는 우연에 내포된 기미에 관심이 많으며 어떤 일이 생길 낌새에 예민하여 그를 소설에 드러내는 것에 탁월하다고 이야기한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창모'라는 인물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나'라는 서술자로 하여금 단지 '창모'를 공포의 대상으로 규정할 것이냐 혹은 인간적인 선의를 보여줄 것이냐에 고민하게 하는 기로를 예로 들며, '무수한 (불)가능성의 우연적 확률은 우리에 의해 변한다'고 평한다.
신선한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젊은 작가 단편작 시리즈 'K-픽션' 10권. 'K-픽션'은 현대 사회의 변화의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소설에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고, 특유의 발랄함과 새로움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된 현실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의 치열한 노력들이 배어있다. 인간 사이의 이해와 소통의 문제를 젊은 감각으로 그려온 작가 백수린의 문제의식이 인상적으로 집약된 작품이다. 주인공 그녀의 삶에는 결정적인 두 지점이 있다. 동생을 잃어버린 십칠 년 전의 한 순간, 그로부터 삶이 천천히 잠식되어 왔음을 깨닫는 십칠 년 후의 한 순간. 그 시간의 간극을 작가는 서사보다 묘사로, 소설이 아닌 시로 아름답게 그린다.